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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8월 : 우주인 마사루를 만나다



마사루 님, 안녕하세요! <우주인터뷰> 시즌2의 인터뷰이가 되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얼렁 님의 소개로 인터뷰에 참여하게 된 마사루입니다. PD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 항상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 있었는데, 오늘은 제가 콘텐츠가 된다고 하니 정말 떨리네요.


저도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마사루 님을 인터뷰이로 만나게 되니 정말 떨려요! 제가 인터뷰를 요청드렸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편하게 함께 일했던 후배이자 친구인 얼렁 님이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해서 기대가 됐어요. ‘우리 주변의 인간(우주인)은 모두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는 <우주인터뷰>의 가치에도 공감이 됐고요. 오늘 이야기를 나누며 저도 제 안의 우주를 발견할 수 있길 기대하고 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흔쾌히 참여해주셔서 감사해요! 마사루 님의 우주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 나눌 것을 생각하니 저도 정말 기대되네요! 그럼, <우주인터뷰> 시작해볼까요?



<우주인터뷰>는 크게 2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모든 인터뷰이에게 공통으로 드릴 ‘시그니처 질문’과 인터뷰이마다 달라지는 ‘우쥬 질문’이에요.
 

시그니처 질문


응답하라, 우주인! 한 문장으로 나를 표현한다면?


저는 ‘이 세상에서 사람이 제일 재밌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사람이 제일 재밌다’는 표현이 신선해요. ‘사람을 좋아한다’가 아니라 ‘사람이 재밌다’라고 표현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저는 사람을 무서워하는 편이에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섭고, 제가 먼저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정말요? 그럼 ‘사람이 무서운 사람’이라고 표현하셔야 했던 것 아닌가요? (웃음) 마사루 님과 함께 일을 하고, 꽤 오랜 시간을 알고 지냈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전혀 몰랐어요. 일하면서 만나는 분들과는 너무 잘 지내셨잖아요.


맞아요. PD라는 직업의 특성상 저는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만나야 하는데, 사람이 무서워서 이 일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피할 수는 없으니 계속해서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니 점점 무서웠던 마음 가운데 사람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든 사람은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사람마다 가진 스토리가 너무 다양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이 무섭지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사람’이 되어 버렸네요.

그렇군요. 마사루 님이 일을 하며 그런 어려움이 있었는지 정말 몰랐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다면 일을 할 때 가장 어려운 건 섭외일까요?


섭외 정말 어렵죠. 그래서 저는 제게 맞는 방법을 찾았어요. 섭외를 잘하시는 작가님들과 일을 한답니다. 제가 일을 하는 방법이에요. 모든 사람은 잘하는 것이 있으니, 각자의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모아 한 팀으로 일하게 하는 것이 PD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와 함께 일하는 작가님들은 여러모로 뛰어나시지만, 섭외도 정말 잘하신답니다.

마사루 님과 함께 일하며 ‘어쩜 이렇게 모든 사람을 칭찬하고 좋게 봐주실까?’ 생각했었는데, 오늘 답변을 듣고 나니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각자의 장점을 찾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느끼셨다니 고마우면서도 민망하네요. (웃음) 실제로 같이 일하는 분들이 너무 좋으셔서 저도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겸손하시기까지…(웃음) 마사루 님은 모든 스태프에게 친절하시지만, 특별히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신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정말 공감하는 말이 하나 있어요. '못된 애들이 착한 어른보다 낫다.' 어른들은 어린아이들을 무시할 때도 있고, 부족한 존재라고 여기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PD라는 일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저 말에 정말 공감하게 됐어요. 흔히 문제아라고 말하는 아이들조차도 착한 어른보다 마음이 따뜻하고, 진심이 통한다고 느꼈거든요.


맞아요, 저도 정말 공감해요.

그리고 또 이유가 있다면 아이들은 에너지가 있고, 감정 표현에도 솔직해요. 외부의 자극에 변화무쌍하게 반응하죠. 어른의 시선에서 보기에는 서투르게 느껴지는 것들이, 아이들이 가진 장점인 것 같고, 그래서 마음이 더 가는 것 같아요.


마사루 님의 어린이 사랑에는 이런 마음이 담겨있었군요. (웃음)



가장 좋아하는 사진 3장을 소개해 주세요!


구글 포토를 보다가 즉흥적으로 고른 세 장의 사진이에요. 제가 지금 하는 일과 연관된 사진들인데요. 저는 저희 스태프들 뒷모습 찍힌 사진만 보면 뭔가 울컥한 마음이 들어서 이 사진들을 골랐어요.

저희는 이렇게 일과 관련된 사진만 3장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답니다. (웃음) 스태프들의 뒷모습을 보면 울컥한 마음이 드신다니,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닌데, 그냥 스태프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들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저렇게 고생하면서 일하나…’ 하는 마음이 들어요. 아무런 사심 없이 프로그램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고생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사실 저는 저희 스태프들뿐만 아니라 TV 예능에 스태프들이 살짝 잡히거나 뒷모습 나오는 것만 봐도 울컥하더라고요.


마사루 님은 현장에서 함께 고생하고 계시면서도 함께하는 스태프들을 보며 그런 마음을 갖고 계셨군요. 저 좀 감동받았어요. 보내주신 사진 중에 낯익은 현장도 있더라고요. (웃음) 각 사진이 어떤 촬영이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1) 매너백서

첫 번째 사진은 얼렁 님과 함께 촬영했던 프로그램의 촬영장이에요. 이 프로그램의 첫 촬영이었고, 석가탄신일이었던 것 같아요. 날씨도 덥고, 남들은 쉬는 공휴일인데 촬영을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의 모습이죠.


저도 이날 기억나요. 마사루 님이 보내주신 사진을 보다가 “어?! 나 여기 있잖아??” 했어요. (웃음)


어머, 정말요? 이 흰 셔츠 입은 사람이 얼렁 님인가요?


네, 이 사람이 저고, 청남방을 입고 계신 분이 마사루 님이에요. 이 사진은 출연자의 어머니가 찍어주신 사진이었던 것 같은데….


맞아요. 사실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은 현장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을 때가 많거든요. 누군가 찍어준 사진들이 이렇게 남고, 그걸 보며 ‘우리 이렇게 열심히 일했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2) 두근두근 학교에 가면

두 번째 사진은 춘천에서 촬영했던 프로그램의 촬영장이에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학교에 외부인이 있는 것을 보면 아이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희는 학교 옥상에 숨어서 아이들을 지켜봤었어요. 이날이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날이 굉장히 추웠거든요. 날도 추운데 옥상의 옥탑방 같은 데서 조그만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는 스태프들의 모습을 남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제가 찍은 사진이에요.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옥상에서 숨어서 지켜봤다니, 왠지 스태프들의 뒷모습이 더 고단하게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맞아요. 일 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춘천까지 촬영을 하러 가는 것도 정말 힘들었을 텐데, 가서는 옥상에 숨어 있다가 화장실도 눈치 보며 다녀야 했어요. 아이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다들 정말 노력했죠. 그래도 이렇게 노력해준 스태프들 덕분에 촬영을 잘 마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3) 인도 다큐

그리고 세 번째 사진은 인도에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러 갔을 때의 사진이에요.


인도에서의 촬영은 상상만 해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어떠셨어요?


인도에서 촬영할 때는 날씨가 더운 것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일들도 많았어요. 그래도 인도만의 매력을 느낄 기회가 되기도 했고, 또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스태프들을 보며 더 힘이 났던 촬영이었어요.


이렇게 사진들을 보니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셨던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나요?


저는 흔히 문제아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모인 학교에서 촬영했던 다큐멘터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곳의 아이들은 정말 각자의 사연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을 촬영해야 촬영이 잘 나오잖아요. 처음 촬영을 시작할 땐 직업적인 이기심도 있었던 것 같아요.


문제아들과 함께하는 촬영이라니,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조금 겁도 나고요.

저도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아이들이 촬영팀에 호의적이었던 것도 아니고, 부드럽게 표현하는 아이들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이 아이들이 참 여러 가지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가정 형편이 안 좋아 낮에는 가장 역할을 하며 돈을 벌고 밤에 학교 다니는 친구들도 많았고요. 사춘기 시절 심하게 방황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그 학교에 온 친구들도 많았어요.


정말 사연 많은 아이들이 모인 곳이었군요.


네. 그런데 그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아이들이 점점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게 눈이 보이더라고요. ‘겉으로는 까칠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아이였구나’라고 느꼈고, 그 변화가 감동이었어요. 이 아이들을 문제아라고 비난하는 어른들은 사실 어떤 일을 겪어도 잘 변하지 않지만, 이 아이들은 함께 지내는 동안 점차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그 모습이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네요. '못된 애들이 착한 어른보다 낫다.'라는 말을 직접 경험하신 거네요.


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거든요. 촬영을 통해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게 정말 고마운 것 같아요.


지금까지 아이들과 만나고 연락한다니 출연한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나 보네요. 처음엔 직업적 이기심이라고 표현하셨지만, 마사루 님의 진심이 아이들에게 전달되었기에 가능했던 일 아닐까요? (웃음)


고맙습니다. (웃음) 그런 거라면 정말 좋겠어요.



우주인의 특별한 능력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저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안다. 남들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잘 안다. 그리고 우리가 뭘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잘 안다.' 이게 제 능력인 것 같아요.


간결하지만 인상적인 능력이네요. 그중에서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안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사실 자신에 대해 아는 게 쉽지가 않잖아요. 계기가 있었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의 경험들을 통해서 내가 뭘 잘하는지 알게 됐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초등학교 때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사실 상을 받을 땐 ‘나는 내가 겪은 일을 쓴 건데 사람들이 왜 재미있다고 하지? 왜 상을 줄까?’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사람들은 제가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서 글을 써서 좋아했던 것 같더라고요.


있는 그대로 구체적으로 쓴 글이라…, 예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예를 들어 엄마가 배추전을 해주신 이야기를 쓸 때, 보통은 ‘오늘 엄마가 배추전을 해주셨다. 정말 맛있었다.’라고 쓰잖아요. 근데 저는 ‘오늘 옆집 아주머니가 직접 키운 배추 한 통을 주셨다. 엄마는 배추전을 해주신다며 ~ ’이런 식으로 있었던 일을 구체적으로 썼어요. 지극히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것을 드러내니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이때 어렴풋이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일상적인 것을 표현하는 것이 제 강점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저도 다른 사람들의 일상이 담긴 영상이나 글을 보는 걸 좋아해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더라도 그런 콘텐츠가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잖아요. 마사루 님은 어려서부터 그걸 깨달은 거네요.


네. (웃음) 사람들이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것을 좋아하는구나. 유니크한 나만의 콘텐츠를 찾으려면 내 안에서 찾는 게 좋겠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그리고 그게 일까지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저였다면 상을 받고 즐거워하는 것으로 끝이 났을 텐데, 어릴 때부터 그런 고민을 하셨다는 것도 제겐 대단하게 느껴져요.

정말요. 게다가 마사루 님의 두 번째 능력은 ‘남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잘 안다’였어요. 다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잘 안다는 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는 뜻인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나요?


네, 저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사람을 관찰하는 걸 좋아했었거든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어서 오히려 두려워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중학교 때는 친구들과 만화 잡지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을 관찰해서 스토리를 만드는 게 제 역할이었어요. 지금도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해서 여행을 가면 혼자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곤 해요.


마사루 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으신 것 같아요.


원래는 멀리서 관찰하는 정도였는데 일을 하면서 조금 바뀐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은 각자의 스토리가 있고, 모두 다른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나니 관심을 더 갖게 됐어요.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왠지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우주인터뷰>와 연결되는 지점도 있고요. (웃음)


맞아요. 통했습니다. (웃음)


그럼 마사루 님의 세 번째 능력인 ‘우리가 뭘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아는 능력’을 일 외적으로는 어떻게 사용하시나요?


음… 일 외적으로는 사용을 못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웃음)


워커홀릭의 삶인가요…? 역시 좋아하는 사진으로 일하는 현장 사진만 고른 우주인답군요.

제가 하는 일이 힘들지만 재미는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일과 생활을 분리하는 게 쉽지 않아요. 일할 땐 너무 힘드니까 일하면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그 방법이 우리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는 것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게 있으니까, 한 명 한 명이 자기가 잘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하면 우리가 즐겁게 일하는 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팀장님들이 마사루 님의 마음으로 팀원을 바라봐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웃음)

저는 마사루 님의 특별한 능력 세 가지가 ‘나-타인-우리’로 이어지는 것도 인상 깊었어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고,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듣고, 거기서 접점을 찾으면 그게 ‘우리’가 되는 것 같아요. 박막례 할머니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는데, 각자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합치면 우리가 된다는 것이 좋더라고요.


오! 나와 타인이 우리가 되는 것이 마사루 님과 박막례 할머니처럼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우주인의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을 공유해 주세요.


특별한 경험까지는 아니지만, 최근에 오랫동안 해왔던 생각이 바뀐 순간이 있었어요. 사실 저는 입사할 때부터 15년만 PD를 하고 그만두겠다고 다짐을 하고 들어왔어요. 이 일을 평생 하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고, 지난 11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계속 그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혼자 카페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10년 넘게 일해온 순간들과 그 순간들이 저에게 준 가르침들, 그리고 그 순간 속에서 만난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데 너무 소중한 거예요. 물론 힘들고 괴로운 순간들이 너무도 많았지만 지나고 나니까 그 괴로움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신기하게도 그 괴로움을 통해서 얻은 배움과 가치들만 아주 잘 걸러진 채로 저에게 남아서 저에게 너무 큰 보물이 되어 있었고요. 무엇보다 일을 통해 사람들에게 배운 것들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 일을 평생 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일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소중한 순간들이 많았는데 저는 계속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불안해하느라 그 순간들을 즐기지 못했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래서 지난 10년간은 일하면서 아등바등하고 괴로워하면서 지내왔으니 앞으로의 10년은 일종의 테스트를 하듯이 일을 해봐야겠다. 우선은 이 일을 계속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던 카페에서의 시간이 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마사루 님이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몰랐어요. 오랫동안 해왔던 생각을 바꾸게 했던, 10년간 일하며 얻은 배움과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사람마다 배울 점이 많고 장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가장 큰 가치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배우고 느낀 것들이 스며들어 지금의 내가 된 것인데, 스스로 보기에 지금의 내가 싫지 않으니까 그동안의 시간도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요! 마사루 님과 함께 일했던 후배들은 모두 마사루 님을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그 이면에는 마사루 님이 먼저 걸어온 시간과 고민이 있었기에 저희가 그렇게 느꼈던 것이 아닐까요?


고맙습니다. 오늘은 칭찬받는 날이군요. (웃음)


그럼 마사루 님이 앞으로의 10년은 테스트를 하듯이 일을 하겠다는 건 어떤 걸까요? 구체적인 마음가짐이나 방식이 있나요?


지난 10년간 제게 PD라는 일은 애증의 마음이었어요. 만드는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은 언제나 있었지만 ‘이렇게 하면 잘 될까, 저렇게 해야 하나?’ 항상 전전긍긍하며 일했거든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동안 제가 해온 일들이 전전긍긍했기 때문에 잘되었던 것 같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10년간 일을 하며 생긴 데이터가 있으니, 이제는 태도를 바꿔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그리고 제가 처음 PD가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40대가 되어서도 전전긍긍하는 선배보다는 초연하게 자기 일을 하던 선배가 더 멋지게 보이기도 했었거든요.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었답니다.


즐기며 일하는 마사루 님의 10년, 저도 기대되는걸요! 함께 응원하겠습니다:D



★우주인 마사루의 두 번째 인터뷰는 8월 15일에 공개됩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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