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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지부지

[시즌] 6월 : 우주인 뚱을 만나다

최종 수정일: 2021년 6월 17일



안녕하세요. 프로젝트팀 흐지부지의 얼렁입니다. 본격적인 우주인터뷰 시즌2 시작 전에 새로 합류한 멤버들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제가 ‘얼렁뚱땅’의 뚱 님을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 뚱 님 인사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프로젝트팀 흐지부지의 뚱입니다. 반갑습니다. 시즌1에는 독자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렇게 인터뷰이로 참여하게 돼서 정말 제 이야기가 실리는 건가? 설레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넵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뚱 님이 우주인터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이전부터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고 듣는 걸 좋아했어요.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대하는 태도나, 살아가는 방식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받기도 하고 감탄도 하며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게 재미있었거든요. 하지만 동시에 낯을 많이 가려서 궁금한 점이 있어도 다가가서 물어보지 못했었습니다. 이번 우주인터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 매번 인터뷰를 계기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럼 <우주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게요!


<우주인터뷰>는 크게 2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모든 인터뷰이에게 공통으로 드릴 ‘시그니처 질문’과 인터뷰이마다 달라지는 ‘우쥬 질문’이에요.
 

시그니처 질문

응답하라, 우주인! 한 문장으로 자신을 표현한다면?


저는 ‘물처럼 흘러가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예전에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라는 책의 서문에서 ‘사람은 물이다’라는 구절을 보았는데요. 사람은 물과 같아서 폭포를 만나면 쏟아지고, 잔잔한 곳에서는 잔잔하게 흐른다는 것에 큰 공감을 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제가 흐름을 거스르는 사람이기보다는 분위기를 물 흐르듯 따라가는 사람이라 더더욱 공감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조용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조용하게, 그리고 왁자지껄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함께 왁자지껄하게 있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성격 검사나 MBTI를 해도 때마다 다르게 나오는데, 그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인 것 같기도 해요.


뚱 님이 평소에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며 비결이 궁금했는데, 물 흐르듯 살아가는 것이 비법이었군요. 어릴 때부터 물 흐르듯 살아가는 편이었나요?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대학생 때까지는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저를 보면서 ‘내가 너무 주관이 없나’ 걱정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이 모습을 제 장점으로 느끼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과 보폭을 맞추며 걸어가는 제 모습도 꽤 괜찮게 보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물 같은 사람이고, 앞으로도 물 같은 사람이고 싶어요.


보폭을 맞추며 걷는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뚱 님의 따뜻함이 잘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럼 두 번째 질문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사진 3장을 소개해 주세요.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 사진은 스누피와 함께 찍은 사진이에요. 제가 스누피를 정말 좋아하는데, 서울에 스누피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어요. 사실 이 즈음이 주말에는 움직일 힘도 없는 시기였는데 말이에요.(웃음) 스누피와 머리를 맞대고 사진을 찍으며 너무 즐거웠던 기억이 나서 이 사진을 가장 좋아하는 첫 번째 사진으로 골라봤어요.


정말 즐거워 보여요. 스누피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충격적인 고백을 하자면, 저는 스누피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냥 스누피의 생김새를 좋아하는 거죠. 스누피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뭔가 주인공인 찰리 브라운 옆에서 항상 신나게 서있는 모습이 좋달까요. 하얀 얼굴에 까만 귀 동글동글 귀여운 얼굴 모양까지 너무 다 제 취향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핸드폰, 아이패드, 애플워치의 배경을 모두 스누피로 해놓았답니다. 알라딘에서 주는 스누피 굿즈를 받기 위해 책을 살 정도이니, 이 정도면 찐사랑 아닐까요? (웃음)


스누피를 향한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는 답변이네요. 하하. 저도 스누피 그려진 거 볼 때마다 뚱 님 생각이 난답니다. 두 번째 사진은 무엇인가요?



이 사진은 엄마와 산책하며 찍은 사진이에요. 제가 일산에 사는데,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종종 엄마와 일산 호수공원을 걷거든요. 그러다가 연인들이 많이 하는 그림자 투샷을 찍어봤는데, 엄마랑 제가 너무 귀엽게 나온 사진이라 마음에 들어요.

사진이 정말 귀엽게 나왔어요! 어머니와 사이가 정말 좋아 보여요. 산책을 하며 어떤 대화를 나누세요?


엄마와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다 하는 편이긴 한데, 특히 고민이 있을 때 엄마와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아요. 저희 엄마는 제가 뭘 해도 “오케이! 잘할 거야!”라고 말씀해주시거든요. 자존감이 떨어질 때, 자신감이 필요할 때, 또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등등 무조건적인 응원과 지지를 해주시는 엄마가 계셔서 지금까지 뭐든 담담하게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무조건적인 지지는 정말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럼 세 번째 사진은 무엇인가요?



이 사진은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 벽 사이로 보이는 노을 풍경이에요. 저는 좋은 날씨와 예쁜 구름이 모인 날, 짧은 찰나에만 볼 수 있는 스페인의 노을 진 하늘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이 사진은 너무 마음에 들어서 2017년부터 지금까지 카톡 프로필 배경사진으로 해놓고 있어요.


하늘이 정말 예쁘네요. 스페인은 여행으로 다녀오신 건가요?


아니요. 대학생 때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거든요. 한 학기 동안 짧게 다녀온 거지만, 짧게 다녀온 외국이 무섭다고 지금도 예쁜 구름이 있으면 스페인 구름 같다고 이야기할 정도랍니다.

스페인의 예쁜 하늘을 보고 있으니, 정말 여행을 가고 싶네요. 교환학생 이야기는 잠시 뒤에 더 자세히 들려주세요! 그럼 세 번째 질문을 해볼게요.


우주인의 특별한 능력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본투비 리액셔너라는 것!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리액션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관심 있게 들어주는 것 같아서 더 즐겁게 이야기하게 된다는 말도 자주 듣고요. 그래서 저의 첫 번째 능력은 리액션으로 꼽았어요. 다른 이들과 함께할 때 발휘되는 능력이죠.


오 맞아요. 뚱 님의 리액션이 너무 좋아서, 저도 뚱 님과 대화할 땐 더 신나서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뿌듯하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리액션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긍정의 능력인 것 같아요. 약간 자기소개서에 들어갈 법한 소개라서 다른 표현이 없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날마다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려고 해요. 또 그렇다고 세상을 무조건 밝게만 보는 긍정은 아니고, 인생은 겨울나무와 같다는 ‘믿음’인 것 같아요. 분명 살아가다 보면 차갑고 시린 날을 마주하게 되지만, 견디고 성장하다 보면 언젠간 꽃과 같은 잎사귀가 피어나는 순간이 찾아오잖아요. 그래서 힘든 일이 생기면 ‘모든 것은 지나간다’라고 되뇌며, 어떤 상황이든 단단하게 이겨 나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두 번째 장점은 ‘잘 버티는 능력’ 같기도 해요. 긍정이 아니라 버텨 나가려고 하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건가 싶네요.

단단하게 버티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능력, 너무 부러운 능력인데요? 힘든 일이 찾아올 때마다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부러워하실 것 같아요.

그런가요? 하지만 저도 매사에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하지만 그게 안될 때도 있긴 하답니다. (웃음) 그리고 세 번째 능력은 음… ‘망각’ 인 것 같아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상 이걸 제 능력에 포함해야 할지 많이 고민이 되는데, 그래도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가는데 때때로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아서 담아보았습니다. 망각이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도 하잖아요. 슬픈 일이 있어도 빨리 잊고 털어내는 편인데, 문제는 기쁜 일이 있어도 기쁜 감정을 빨리 잊게 되어서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제가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고 꼭 기억해야 하는 일이나, 처리해야 하는 일은 꼭꼭 메모해 놓으려고 노력해서 노력형 계획적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망각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말에 저는 정말 공감해요! 안 좋은 감정을 잘 떨쳐내지 못하는 제게 꼭 필요한 능력이거든요.


우주인의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을 공유해 주세요.


저는 대학교 마지막 학기 때 다녀온 교환학생이 제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마지막 학기에,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마지막 학기에는 교환학생을 갈 수 없기 때문에, 교환학생을 가려면 학기 연장까지 해야 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대학생 때 유럽 여행을 꼭 다녀오고 싶었고, 당시에 제가 유럽 여행을 가려면 교환학생을 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 학기 휴학을 하고 반년 동안 돈을 모아 스페인으로 떠났죠. 다소 불안하고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어요.


마지막 학기에 교환학생이라니,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요. 스페인으로 떠날 때 마음은 어땠어요?

설렘 반 걱정 반이었죠. 졸업을 안 하고 취업 준비를 안 하면 패배자처럼 느껴지던 시기였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 것이니, 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스페인에서의 생활이 정말 기대됐고, 결과적으로 너무 좋았어요!


좋은 경험이었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스페인에서 좋았던 것들 몇 가지만 소개해 주세요.


사실 가장 좋았던 점은, 제 하루의 고민이 ‘뭐 먹지?’ 뿐이었다는 거예요. 한국에 있었더라면 진로와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을 텐데, 그곳에서는 고민할 건 학교 끝나고 먹을 음식, 내일 먹을 음식을 정하는 것뿐이었어요. 물론 제한적인 생활비로 지내야 해서 풍족하진 않았지만, 생활비를 아껴서 여행을 다녔던 순간들이 너무 행복했어요. 당시에 저는 하루에 납작복숭아 5개만으로도 너무 행복했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함께 교환학생을 했던 동기 언니와 함께 ‘우리 진짜 좋았었지’라고 이야기하곤 해요.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삶이네요. 또 어떤 점이 좋았어요?


스페인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한인들을 보며, 그리고 스페인 사람들을 보며 ‘우리가 할 일이 여기에도 있구나’ ‘세상에는 참 많은 일이 있구나’ 생각하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좀 내려놓게 된 것 같아요. 선택지가 한국에만 있지 않다는 걸 깨달은 거죠. 한국에서 안되면 스페인에 와서 살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스페인에서 언어를 세 달 동안 배웠는데, 저는 제가 스페인어 영재인 줄 알았거든요. (웃음) 행복하게 배우고, 실생활에 꼭 필요하니까 정말 스펀지처럼 흡수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언어 습득에서 오는 자신감이 스페인에서의 삶을 꿈꾸게 하지 않았던가 싶어요. (웃음)

행복했던 뚱 님의 스페인 교환학생 생활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뚱 님은 교환학생을 다녀와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면에서 그렇게 느끼는지 궁금해요.


저는 스페인에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세상이 정말 넓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세상에는 참 다양한 행복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제가 한국에서 고민하던 것들이 이 큰 세상에서는 어쩌면 그리 큰 고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이런 고민들을 짊어지고 살아가긴 하지만, 오늘 내 앞에 놓인 문제를 조금은 가볍게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제게 가장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해요.

세상은 넓고 다양한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지금의 고민 앞에 조금은 자유롭다는 뚱 님의 마인드가 정말 인상적이네요. 저도 뚱 님처럼 오늘의 고민을 조금은 의연하게 넘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우주인 뚱의 인터뷰는 2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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