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쥬(Would-you) 질문은 자유로운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인터뷰보다 대화에 가깝습니다. "혹시, 이 질문에 답변해 주실 수 있나요…?"
우쥬 질문
지금 흐지님 집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제가 처음 여기 왔을 때 놀랐던 게, 책이 너무 많은 거예요. 저는 책을 읽으면 팔거든요. 흐지님은 책에 애착도 있으시고, 책을 아끼신다는 게 느껴졌어요. 책도 모아두시고, 왜 그러시는 거죠?🙄
글쎄요…. 책을 왜 팔죠?🤣
앗? 질문이 이상했네요?
저는 정말 오랜 독서가예요. 책을 워낙 좋아해서 예전에는 책을 팔거나 버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도리어 나중에 책을 팔기 시작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정말 해야만 하는 일인가 싶어서요.🤣 결국 책장이 넘쳐나서 어쩔 수 없이 중고서점에 팔기 시작했습니다. 책 물성 자체에도 애정이 있어서, 책도 깨끗하게 보는 편이에요.
그럼 책방 운영에 대한 꿈은 없으세요?
예전엔 그런 꿈을 꾸기도 했었는데요. 저에 대해서 잘 알게되니까,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사방이 막힌 작은 공간을 굉장히 답답해 하고 잘 못견디거든요. 그런데 동네책방을 하게 된다면, 그런 공간이 될 거라는 걸 알게 된 뒤로 책방의 꿈은 접었습니다. 물론 아주 넓은 책방을 하게 된다면 생각해 볼만한 것 같네요.(웃음)
책 이야기를 하니 신이 나신 것 같아요. 그렇다면 반대로 흐지님을 힘빠지게 하는 것은 뭔가요? 가장 취약해지는 순간이 언제인지 궁금해요.
음, 저는 자유도가 중요해요. 간섭받으면 일을 못하는 타입입니다. 어릴 때도 제 나름의 계획을 세워서 실천하는 아이였어요. 왜냐면 저는 잘 하고 싶고, 많이 알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계획까지 다 세워놨어도, 만약 누가 그거 왜 안 하냐고 하거나 말을 얹으면 그냥 바로 안 하는 타입이었어요.😅 간섭하는 순간 하기가 싫어 지더라고요.
멋있네요. 어쨌든 그걸 선택하는 건 용기잖아요. 또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거니까요. 저는 하고 싶은 게 잘 없어요.
하하, 그런가요? 뭘 하고 싶은가, 이건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되는 고민 같아요. 지금도 고민이에요! 도리어 어릴 때는 하고 싶은 게 명확했는데, 지금은 여전히 뭘 하고 살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흐지님도 그런 마음이 드나요? 왜 그럴까요?
어릴 땐 잘 몰라서 더 명확했던 것 같아요. 선택지가 좁으니까, 메뉴가 적어야 선택이 빠른 것처럼요. 당시에는 ‘대학은 가야지~’ 이런 목표가 있으니 그냥 원하는 과만 선택하면 됐는데,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는 갑자기 세계가 넓어지니까 선택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은 자기 길 찾아서 잘 가는 것 같은데, 전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방황하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사실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고 느껴요. 하고 싶은 게 많지만, 필연적으로 뭘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고민으로 연결되고 있어요. 사실 요즘에야 이거 했다 저거 해도 이상하게 보지 않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마치 하나의 길, 하나의 선택이 필요하다는 인생관이 더 주요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길을 정할 수 없어서 혼란스러웠죠. 남들은 잘 선택하는데 왜 난 못하나 싶어서.
그러면 지금은 그 혼란스러움이 극복되신건가요?
아니요. 지금도 혼란스럽습니다. 예전에는 더 혼란스러웠고, 지금은 덜 혼란스러울 뿐이에요. 혼란스러움 자체를 자연스러운 나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할 때, 자신의 가장 못난 부분이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그게 어떤 마음이든, 모습이든 뭐든 포함이요. 사실 제가 볼 땐 흐지님은 콤플렉스 같은 게 없는 분 같아서요. 근데 저와 똑같이 못난 모습, 예쁜 모습 모두 갖춘 사람이란 걸 확인하고 싶어서…(웃음)
준비된 아부 멘트 아닙니까?
하하, 아니에요. 항상 당당해 보여요!
저도 콤플렉스가 많고, 열등감이 많아요.
에? 제가 지금까지 누구랑 얘기했죠?🙄
그래서 그런 얘기 해줘서 고마워요. 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서,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사실 주변에서 비슷한 얘기를 많이 듣긴 해요. 제가 생각하는 ‘저’와 주변에서 보는 ‘저’와의 괴리감이 큰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제가 모임을 많이 만들고 활동하고 있잖아요? 그걸 꾸준히 해나가기도 하고요. 그러면 사람들이 보기에 제가 굉장히 사람들을 좋아하고 외향적이고, 낯도 전혀 안 가릴 것 같잖아요? 그런데 사실 제가 모임을 만드는 건, 낯을 많이 가리기 때문이에요. 낯을 많이 가리고 사람들에게 쉽게 못 다가가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모임에 들어가면 적응을 못해요. 가서 굉장히 어색해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그러거든요. 근데 직접 만들면, 제가 만든 판이니까 이상하게 굴어도 사람들이 그런가 보다 하거든요.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 놀라요. 하고 싶은 걸 행하니까 당당하고 외향적으로 보이는데, 제가 이런 행동을 하는 실제 이유와 겉보기 이유가 다르거든요. 그걸 느낄 때마다 괴리감이 커요.
맞아맞아. 너무 이해돼요.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어요.
그쵸! 그런 거 있을 것 같아요.
남들 보기에는 대단해 보일지 몰라도, 저한테는 제가 다른 걸 못하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니까요. 그런 거 하나 못해서 이렇게 밖에 못하나… 자책도 많이 해요.
그렇다면 본인의 맘에 드는 부분은요?
비슷한 부분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모임을 열잖아요. 하려면 하는 사람이라는 거?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하려고 하는 사람인 건 맘에 들어요.
맞아요. 추진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저도 생각은 많이 하는데 추진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추진력 있는 게 부러워요.
저도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 못했어요. 찌질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 그 일을 했든 간에 그게 용기라고 봐주니까, 그걸 스스로 장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받아들이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어요.
이번 인터뷰 프로젝트 같은 것도, 저도 평소에 이런 거 해보고 싶다고 생각은 많이 했거든요. 근데 이것저것 할 것도 많고, 준비도 안 된 것 같고 결국 시작하는 힘이 없는데, 흐지님이 먼저 말꺼내주셔서 너무 놀랐어요. 그리고 이렇게 진행이 되고 있다니!!
어느샌가 프로젝트 노션이 만들어져 있고 그죠?😋 좋다좋다 해주니까 더 잘해보고 싶은 것 같아요. 너 혼자만 48시간이냐 이런 얘기도 많이 듣거든요.
저도 물어봤잖아요. 잠 안 주무시는 거 아니냐고. (웃음)
그런 얘길 많이 들으니까 이게 장점인가? 이렇게 되더라고요. 사람은 스스로의 못난 점과 나쁜 점에만 주목하고 거기에 몰두하게 되잖아요. 나는 단점만 있는 사람 같고. 또 남들은 알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순된 점이 많이 보이잖아요. 거기서 오는 괴리감이 굉장히 크거든요. 지금은 그런 칭찬을 들으면 장점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저도 다른 모습을 많이 갖고 있고, 누구에게나 말 못할 것도 있잖아요. 저도 자괴감이 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가 그런 것 같아요. 그게 인간인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져요.
맞아요. 자아가 당연히 하나밖에 없다는 게 이상하죠. 내가 이걸 못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내가 편하고 불편한지를 점점 구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주최하는 파티는 좋아하지만 남이 연 파티는 불편하다면, 사실 ‘파티 좋아해?’라는 질문에 답하기 곤란하거든요. 상황을 정확하게 구분하면, 나를 명확하게 아니까 판단할 수 있는 거죠.
이제 흐지님을 인간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네요🤣
질문이 너무 웃겼어요. 평소에 제 모습이 어떻길래!!
콤플렉스 하나 없어보이고, 자기 확신에 차 있고. 저는 자기 확신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 사람을 항상 부러워 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분을 회사에서 만난 거죠! 흐지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고… 그래서 인간적인 면을 찾고 싶었어요.
고마워요. 그래도 제가 자기 확신에 차서 강요하는 건 아니겠죠?
아니에요!
다행이에요. 저는 꼭 해라, 꼭 먹어라, 꼭 가봐라, 이런 식으로 꼭 해야한다고 정해주는 말을 진짜 싫어합니다. 자기 확신에 차서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이 진리가 아니라는 걸 직시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랑 비슷한 사람인데 체계가 잡혀 있는 것 같아서 부럽고 멋있어요.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요?
네. 건강해 보여요.
시행착오가 많았어요(웃음) 그렇게 보이다니,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인터뷰가 너무 진지해져서 재미없는 건 아닐까요?
그럼 가벼운 질문 하나! 자기 직전에는 어떤 생각을 하며 잠드시나요?
으아, 자기 싫은데! (열연 중)
네? 진짜요? 자는 시간이 아까워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요?
네. 야행성이기도 하고요. 12시가 되면 눈이 초롱초롱해져요.
너무 멋있다. 신기해요. 저는 잠든 시간이 좋거든요.
하하, 근데 저도 알아요. 잠을 자야 내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거. 잠의 소중함, 필요성 다 아는데 왠지 밤에는 자기 싫어요.😂
💫흐지의 소행성 H777 발견
조용한 에너자이저, 하루가 48시간인가요?
추진력이 어마무시😈
자기 확신이 있지만, 그 확신이 진리가 아니라는 걸 잊지 않는 우주인
팀명에 공감해 주셔서 기쁩니다 히힛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우주인터뷰 꾸준히 진행해 볼게요💕
흐지&부지라는 팀명(?) 사이드프로젝트를 가볍게 시작하기 딱 좋은 이름 같아요🙂 이름을 보자마자 저도 뭔가 더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흐지님의 추진력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까 인터뷰를 진행하신 부지님의 입장에서 재밌게 읽은 인터뷰네요. 두 분 케미가 잘 묻어나는 인터뷰라 흥미진진 했답니다. 앞으로도 인터뷰 꾸준히 올려주세요! 하트 꼭꼭 누르겠습니다❤️